판사들의 논쟁

이한주 부장판사의 글을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법원 내부망에서만 볼 수 있는 듯 하다), 일단 기사내용만 보고,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관찰이다.
이 부장판사의 논리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 가장 큰 장점이다. 국민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법관상’을 자극한다.
그래서 SNS로 소통하는 법관들이 전통적인 법관상에서 일탈한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물론 이 부장판사의 주장 자체가 이미 ‘공적 토론의 장’에 개입한 행위다. 판사들의 표현의 자유도 지켜져야 하는 게 맞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과, 판결의 공정성을 높이는 일은 서로 충돌하는 문제도 아니고,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보수적인 법관상’이라는, 국민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고정의식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듯 하다.

그리고 의견이다.
이 부장판사를 반박하려는 사람들은 이 보수적인 법관상을 깊이 고려해야 할 듯 하다. 그 직업이 지니는 특성 때문에, 이 고정의식은 힘이 세다. 누구나 사석에서도 품위있는 판사를 긍정한다. 정치적 의사를 자제하는 판사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착각일 수 있지만).
전통적인 법관상을 자극하고 그 기준에 맞춰 압박한다면 대응논리는 옹색해질 것 같다. 판사는 정봉주처럼 ‘들이 대는’ 직업이 아니다.

그래서 결론이다.
공적 담론에서 이런 토론이 벌어지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응하는 사람들은, 조금 깊은 성찰을 요구받는다. 프레임 자체가 쉽고, 깔끔하고, 강력하고, 악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