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원준’
영문으로 Wonjun으로 쓴다.

보통 우리나라 이름에 하이픈을 넣는다. Won-jun, 이런 식으로.

난 하이픈이 원래 매우 거슬렸다. ‘아니 우리 이름에 도데체 왜?’
무슨 불어 이름이나 스페인어 이름도 아니고?
한국인을 모두 쎙떽쥐페뤼 Saint-Exupéry 같은 대문호로 만들고 싶나?
더구나 내 이름은 음절이 딱딱 끊어지기 때문에 하이픈으로 음절구분을 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이 하이픈은 원칙도 없다. 이름이 세 음절이면? 가리온은 Ga-ri-on으로 써야 하나? 진달래는 Jin-dal-lae? 솔내음은 Sol-Nae-Eum? 박차고나온놈이…는?

그래서 그냥 하이픈 없이 쓰기로 하고, 20년 넘게 쓰고 있다. Wonjun.
유학시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국내 학술지에 영문 이름을 표기할 때면, 편집자가 곧잘 하이픈을 ‘직접 손수’ 넣어 주신다. (한두번도 아니다. 이런 수고로움의 정신적/문화적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싶을 정도다)

왜 남의 이름에 굳이 하이픈을 ‘직접 손수 넣어주는’지? 영문초록도 손수 쓰고, 딱 한 편이지만 영문으로 학위논문도 출판하고 논문도 쓰는 사람이 설마 ‘자기 이름에 실수했을까봐?’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굳이 “또” 내 이름에 하이픈을 넣어서 Won-jun이라고 해놓고, 교정을 봐 달라고 왔다.

그래서 방금전, 참지 못하고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또’ 보내고 말았다(성격나온다).

아래는 이메일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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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문 이름에 ‘-‘, 곧 하이픈이 없습니다.
여권에도 Wonjun이라고 쓰고, 이미 발행된 국내외 학술지와 영문 단행본에도 모두 Wonjun으로 표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출한 원고에도 Wonjun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따금 이걸 Won-jun이라고, (원문에 없는) 하이픈을, 편집단계에서 굳이 손수 넣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번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엇비슷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ㅎㅎ)

제 영문 이름을 Won-jun으로 ‘창작’하신 분의 의도와 생각은, 물론 짐작도 되고 이해도 됩니다. 그러나 그분에 따라 Won-jun으로 표기한다면, ‘오직 국내 독자들만’ 오해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말을 모르거나 서툴러서 오직 영문으로만 제 이름을 파악할 수 있는 비한국인은, 이 사람이 이름이 엇비슷한 다른 한국 사람이 아닐까 하는 ‘오해’를 불러 일을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한국의 이름문화와 한국이름 로마문자 표기법의 변천사를 숙지하길 바라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이름에서 하이픈을 빼고 Wonjun으로 되돌려주시길 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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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아기의 이름은 아예 단음절도 만들어 이런 수고로움과 스트레스와 짜증을 물려주지 않을테다.